[오송식의 당스탑시-제1회] 수평 직선 샷은 진자(振子) 스윙이 아니다.

 

o··· 이 글은 거창한 이론의 시작이라기보다, 그저 당구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오랜 시간 몸으로 겪고, 느끼고, 고민한 결과를 조심스럽게 나누어 보고자 하는 마음에서 출발한다.

누구나 당구를 처음 배울 때는 그저 ‘공을 맞히는 기술’로 접근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 단순한 동작 속에 숨어 있는 복잡한 법칙과 질서를 느끼게 된다. 그때부터 당구는 더 이상 오락이 아니라 탐구의 대상이 된다.

나는 이 글이 그 탐구의 여정에 작은 불씨 하나라도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필자 오송식의 글 중에서)··· o

 

 

수평 직선 샷은 진자 스윙이 아니다

당구를 처음 배우면 대부분 ‘수평 직선 스트로크’를 연습한다. 당구대 위에서 큐를 일직선으로 밀고 당기며 감각을 익히는 모습은 누구에게나 익숙한 풍경이다.

그러나 이 동작의 효용성은 잠시 뒤로 미루고, 필자는 이 스트로크가 물리적으로 어떤 특성을 지니는지 객관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1. 진자 스윙 vs 직선 운동

시계추를 떠올려보자. 고정된 축을 중심으로 흔들리는 시계추는 일정한 호를 그리며 움직인다. 이것이 바로 진자 스윙이다. 반면, 축의 상단이 위로 솟아오르는 운동은 더 이상 진자 스윙이라 부를 수 없다. 시계추의 중심이 위로 들리는 순간, 중력에 순응하는 운동이 아니라 중력을 거스르는 운동이 되기 때문이다.

 

 

수평 직선 샷도 이와 같다. 큐를 일직선으로 움직이는 과정에서 팔꿈치가 중간 지점에서 위로 솟구친다. 겉보기에는 ‘직선’처럼 보이지만, 물리적으로는 진자 스윙이 아니다.

 

 

2. 팔은 3중 진자 구조다

사람의 팔은 단순한 막대가 아니다. 어깨관절–팔꿈치관절–손목관절로 이루어진 3중 진자 구조다. 그래서 손목 각도를 바꾸면 팔꿈치의 상승을 막을 수 있을 것처럼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는 불가능하다. 삼각형의 빗변처럼 하박이 전진할 때, 팔꿈치는 필연적으로 위로 상승한다.

 

직접 거울 앞에서 실험해보면 알 수 있다. 손목을 꺾든, 어깨를 고정하든, 수평 직선 운동을 하는 순간 팔꿈치는 반드시 위로 들린다. 이것이 인간 팔의 구조적 한계다.

 

3. 중력을 거스르는 수평 직선 샷

아래 그림은 사람의 팔이 A에서 B로 진자처럼 스윙하는 개념도이다. 스윙이 진행되는 동안 팔꿈치 관절은 어떠한 경우에도 중력을 거슬러 위로 솟구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중력이라는 위치 에너지를 활용하는 ‘진자 운동의 제1법칙’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아래 그림의 팔을 실제 팔이 아닌 플라스틱 막대기 구조물이라고 가정해 보자. A에서 B로 스윙이 진행되는 동안 중간 마디의 회전축(팔꿈치에 해당하는 부분)은 어떤 경우에도 중력을 거슬러 위로 솟아오를 수 없다. 즉, 팔꿈치가 상승하는 순간, 이미 진자 운동의 원리를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수평 직선 샷은 그 반대다. 팔꿈치가 상승하며 중력을 거슬러야 하므로, 추진력을 만들기 위해 근육이 작동한다. 이 순간 팔은 추진기로 바뀌고, 자연스럽게 힘이 들어간다.

 

4. 진자 스윙의 본질은 ‘중력 순응’이다.

중요한 것은, 진자 스윙의 원리를 기반으로 하되 필요할 때만 의도적으로 힘을 더하는 조절된 임팩트를 구사하는 것이다.

결국 ‘힘을 빼라’는 말은 힘을 쓰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언제, 얼마나, 어떤 방향으로 쓸 것인가를 아는 지점에서 완성된다. 즉, 힘의 개입 시점과 방향을 통제하라는 뜻이다.

 

5. 사용 근육의 차이

이제 근육의 관점에서 보자. 진자 스윙을 할 때는 주로 팔 뒤쪽의 팔펼침 근육(삼두근)이 작동한다. 백스윙 때 이 근육이 응축되어 하박을 부드럽게 끌어당기며, 자연스러운 호를 그린다.

 

반면, 수평 직선 백스윙에서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팔의 구조상 후면부 근육이 늘어나며 응축이 중단된다. 대신 앞쪽의 팔굽힘 근육(이두근, 악력 계열)이 팔을 뒤로 당긴다. 이는 힘쓰는 근육이 개입했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수평 직선 샷은 ‘힘을 빼라’는 원칙과 반대되는 메커니즘이다.

 

다음 고무줄 대체 가상 실험은 후면부 근육의 역할과 스윙의 본질적 차이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진자 스윙은 마치 고무줄을 잡아당겼다가 ‘툭’ 놓는 동작과 같다. 후면부 근육(삼두근, 신근, 새끼폄근 등)이 응축되었다가 그 힘이 풀리며, 큐를 잡은 그립손이 자연스럽게 앞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반면, 수평 직선 샷에서는 이 과정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팔이 뒤로 당겨지지 않으니, 응축이 일어날 시간도 없고 ‘툭’ 놓을 타이밍도 없다. 후면부 근육은 오히려 늘어나 있어, 이미 고무줄을 ‘툭’ 놓아버린 상태나 다름없다. 즉, 당기는 동력은 사라지고, 팔은 백스윙부터 힘이 들어간 상태로 움직인다.

결국 그 자리를 전면부 근육(이두근·악력 계열)이 대신 메우며 팔에 힘을 주어 큐를 밀어내는 방식으로 전진 스윙이 이루어진다. 이처럼 수평 직선 샷은 ‘힘을 빼라’는 원칙과 반대되는 메커니즘이다.

 

6. 결론

진자 스윙은 중력과 조화를 이루는 자연스러운 운동이며, 수평 직선 샷은 중력을 거스르는 인위적 운동이다. 따라서 두 스트로크는 단순히 형태가 다른 것이 아니라, 운동 원리와 근육 구조가 전혀 다른 두 개의 샷이다.

 

필자 오송식(사진)은 2016년부터 당구 스트로크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으며, 2022년부터 스트로크 전문 연구서 ‘당스탑시(Billiard Stroke Top Secret)를 집필하고 있다.

 

 

[방기송]

기사제보 : billiard1@naver.com

Langu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