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여성 국외 잉빌대회 투입, 최유경의 좌충우돌 심판기] ⑤ ‘월드매치, “내가 잉글시쉬오픈 우승자와 방송을”

 

봄의 아일랜드에 이어 가을의 잉글랜드로 떠난 최유경 대한당구연맹 심판(이사)의 한국여성 첫 국외 잉글리시빌리어드 대회 심판기 시리즈 다섯 번째 주제는 월드매치이다. 그 현장의 이야기들을 최유경 심판의 글로 생생하게 전한다.

 

4편은 잉글리쉬빌리어드의 종주국인 잉글랜드에서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10월 11일 12일 가을이 무르익어가는 버밍엄 근교의 cannock, landywood 스누커클럽에서 잉글리쉬 오픈 이후 5편에서는 10월 13-16일까지 이어지는 잉글리쉬 빌리어드 2025최고의 경기인 월드매치(2025 World Matchplay Championship)를 하게 되었다.

 

경기장인 LANDYWOOD 스누커클럽 앞에서 포즈를 취한 필자

 

이튿날 90분 경기 첫 방송이 바로 나다. 그것도 ’잉글리쉬 오픈‘에서 우승한 DAVE CAUSIER.. 이런 일이..

1,000점을 넘게 어제 쳤다는 이야기를 들은 나는 가슴이 벌렁거리고 정신이 아찔해졌다. “얼마나 빨리 칠까.. 또 얼마나 많이 칠까..” 영어로 “원헌드레드 쓰리헌드레드 등 얼마나 불러야 할까” 등등 생각이 가득해서 전날 잠을 이루지 못했다. 역쉬나 공놓기가 무섭게 친다. 가히 로봇을 보는 듯 경기에 나도 모르게 홀려서 방송을 한다.

그런데 매너는 끝내준다, 다들 같이 경기를 한다기보다 심판인 나와 두 선수가 즐겁게 소풍온 듯이 화기애애하다. 여기 방송은 한국과 다르게 혼자 리모컨을 들고 점수를 누르며, 영어로 콜을 하고 10헤져드를 세어야 하며 레드볼의 위치이동도 혼자 다 해야 하는 속된말로 ’혼자 북치고 장구치며‘ 방송을 혼자 해내야 한다.

 

방송경기 심판을 수행한 필자(최유경 심판)

 

준결승부터는 마커가 앉아서 리모컨을 눌러 주기 때문에 주심은 딱 주심일만 하면 되고, 부심은 리모컨 버튼만 누르면 되지만, 32강부터 8강까지는 2시간이상 경기에 혼자 방송해야 한다. 데이비드가 ’잉글리쉬 오픈‘ 우승자답게 1,000점 가까이 치는 경이로운 점수를 내며 끝이 났다.

 

정신이 반쯤 나간 듯이 경기를 홀로 끝내고 어찌나 흥분이 되던지.

한국에서온 jenny가 세계랭킹1위 우승자와 부심도 없이 리모컨 잡고 방송을 해내다니.. 그것도 1000점 가까이 치는 경이로운 숫자의 점수를 기록하며, 한마디로 가문의 영광 정말 행복했다. 한국서 같이 간 박은주 심판은 데이비드와 인도의 드루브시투왈라의 결승 경기 부심을 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옆에 같이 앉아서 결승전을 무사히 마쳤다.

 

데이비드가 또 우승을 차지했다.

 

DAVE CAUSIER가 잉글리쉬오픈에 이어 2025 월드매치까지 2관왕에 오르는 순간이다. 끝나고 수고한 심판들에게 증서를 주는데, Chairman of the World Professional Billiards & Snooker Association의 그 유명한 제이슨퍼거슨(Jason Ferguson)이 왔다.

 

깜짝 놀랐다. sns에서만 보던 그분을 직접 뵙다니

한국에서는 스누커와 잉빌이 인기가 없어 잘 모르시겠지만 전세계 스누커빌리어드계에서는 너무나 유명한 총 책임자이시다. 내sns에 댓글까지 남겨 주시고 영광이다.

 

월드매치에 참가한 심판들(오른쪽에서 다섯번째가 세계 스누커를 이끌고 있는 제이슨 퍼거슨 WPBSA 회장이다)

 

행복한 영국에서의 6일간의 경기가 모두 끝났다. 스타벅스가서 커피를 사주던, 저녁먹자고 피쉬앤칩스를 사주던 친구 같은 선수들을 떠올리며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 가슴으로는 좀 더 여유로워진 한층 성숙한 Referee로 한 계단 올라선 것 같은 뿌듯함이 느껴진다.

우리는 스누커의 성지인 쉐필드 CRUCIBLE극장에도 가서 사진도 찍고, 영국의 올드타운인 코츠월드와 윈져캐슬 등을 돌아보기도 했고, 런던 남쪽의 포츠머스에가서 멀리 대서양을 바라보며 영국에서의 마지막 밤을 즐겼다.

숙제 다한 뒤의 달콤한 여행을 즐기듯이 즐겁게 걷고 사진 찍으며 잉글랜드의 가을을 즐겼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이곳.. 나의 젊은 시절 춥고 배고팠던 영국살이 시절도 떠올리며 이제 심판으로 이 땅을 다시 밟는 것이 너무 뿌듯하니 영국의 가을도 너무나도 아름답게 느껴진다.

 

쉐필드 CRUCIBLE 극장 앞에서 한 컷

 

“jenny(필자의 영어이름)가 오면 잉글랜드의 가을이 더 아름다울 것”이라고 말해주던 어느 영국 선수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2026년 봄 아일랜드에서 jenny가 일렉트로닉 바이올린을 연주할 것이라는 앵거스(디렉터 사회자)의 말 한마디에 나는 또 아일랜드로의 여행을 할 수밖에 없는 웃지 못할 상황이 되었다.

다들 헤어지면서 “아일랜드에서 보자”하며 가는데 “내가 이제 월드빌리어드의 완전한 가족이 되는 건가”하는 뿌듯함과 설레임에 만감이 교차되었다. 비록 지구 반대편에 살며 밤과 낮이 바뀌는 나라에 살지만, 당구라는 스포츠로 하나 되어 프랜드라 불러주는 선수들이 사랑스럽고 한없이 고맙다. 때묻은 장갑과 증서를 보며 다시 나는 한국의 심판이라는 것을 다시 상기한다.

 

자 이제 나는 싱가폴의 겨울을 맞이하러 갈 것이다. 이제는 스누커(Snooker).

아일랜드를 영국을 잉글리쉬 빌리어드로 안아보는 즐거운 추억을 가지고 이제 싱가폴로 간다. 전세계 당구인구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스누커. 비록 한국에서는 비인기 종목이지만 앞으로 열리는 아시안게임 당구 종목에서 가장 많은 메달이 걸린 스누커.

스누커와의 사랑에 빠지기 위해 다시 앞으로 나갈 것이다. 한국심판의 부지런함과 노력함을 세계인에게 보여주러 또 비행기를 탈 것이다.

봄의 아일랜드, 가을의 잉글랜드, 이제 겨울의 싱가폴을 만나러

 

[글·사진= 최유경 대한당구연맹 이사·심판/Dream Stream CEO]

 

[방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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