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문턱을 넘어선 10월, 동해의 청명한 바다바람이 살짝 스쳐 지나가는 날, 당구 동호인들의 축제 ‘2025 동해무릉배 전국 3C 당구대회’가 10월 3일 동해시와 삼척시 관내 9개 구장에서 성대하게 개최되었다.
이번 대회는 강원도 동호인뿐 아니라 인천, 제천, 대전, 부천, 경기, 여주 등 전국의 실력파 선수들이 대거 참가하면서 그 어느 해보다 뜨거운 열기와 박진감 넘치는 승부로 가득 찼다.
큐대 끝에 모든 열정을 실은 선수들의 집중된 눈빛, 묵직하게 울려 퍼지는 타구음, 그리고 매 순간 숨죽이며 경기를 지켜보는 관중들의 표정이 어우러져 그야말로 ‘쓰리쿠션의 향연’이 펼쳐졌다.
선수들의 정교한 스트로크 하나하나에 침묵의 환호가 터지고, 미세한 실수에도 아쉬움의 탄식이 이어졌다. 당구는 조용한 스포츠라 절제된 응원과 감탄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이번 대회는 경기 운영과 선수 간의 매너 등 전반적인 완성도가 매우 높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마추어 전국대회’라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수준 높은 경기력이 이어졌고, 각 지역 대표 선수들의 저력과 집중력이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특히 결승전 경기에서는 장애인당구 심판자격증과 일반 당구 심판자격증 두개 모두를 가지고 있는 주최자 동해시당구연맹의 김남철 회장이 직접 수준높은 심판 역할을 진행함으로써 전국대회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이번 대회의 영광의 우승자는 제천연맹의 박정석(36점) 선수였다. 박 선수는 예선 3차전에서 동해(EAST) 황은철 선수에게 자칫 패할뻔 했으나 역전에 성공한 이후 한 치의 방심도 없이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이어갔다.
결승전에서는 날카로운 수읽기와 강한 멘탈로 상대를 압도하며 결국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그는 “모든 참가자들이 훌륭했고, 결승전에서도 끝까지 집중하려 노력했다”며 “동해에서의 대회는 분위기와 운영이 정말 좋았다”는 소감을 밝혔다.

준우승은 강릉(당똘)의 전재국 선수에게 돌아갔다. 전 선수는 안정된 경기력을 보여주었고, 결승까지 오르며 관중들의 큰 응원을 받았다.
비록 우승 문턱에서 아쉽게 멈췄지만, 그의 노련한 경기 운영과 품격 있는 매너는 많은 동호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내년에도 꼭 다시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공동 3위는 속초(어울림)의 우국성 선수와 삼척(핀볼)의 최경순 선수가 차지했다. 두 선수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며 명경기를 만들어냈고, 이들 네 선수들에게는 총 5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되었다.
이번 대회에서 주목할 점은 단순히 승패가 아닌 ‘동호인 문화의 성숙’이었다. 서로 다른 지역의 선수들이 함께 어울려 교류하고, 경기를 마친 뒤에도 서로의 플레이를 칭찬하며 웃는 모습은 ‘당구가 사람을 잇는 스포츠’임을 다시금 느끼게 했다.
실제로 대회 기간 동안 많은 선수들이 경기 후에도 함께 추암, 무릉계곡, 해항전망대 등 관광지를 찾으며 멀리서 온 보상으로 회포를 풀었다. 바닷가 횟집에서 소주 한잔하고 가겠다는 동호인들과 아쉬운 마음에 다시 구장을 찾아 기술을 공유하며 우정을 다졌다는 후문도 들렸다.
한 동호인은 “이렇게 뜨겁고 진지한 경기는 처음 봤다. 선수들의 집중력과 예의가 감동적이었다”며 “당구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예술에 가까운 스포츠라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김남철 연맹회장은 대회가 끝난 뒤 “올해 참가자들의 실력이 전반적으로 향상되었고, 지역 간 교류의 폭도 넓어졌다”며 “앞으로 동해무릉배를 전국적인 아마추어 대회의 대표 브랜드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대회의 또 다른 의미는 ‘동해시를 당구의 중심 도시로 부상시켰다’는 점이다. 동해시는 국내에서는 2014년 서울대회에 이어 2022년 두번째로 세계 3C 선수권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당구 스포츠 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지역 내 당구 동호회 활성화는 물론, 인근 지역과의 네트워크도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동해무릉배의 상징적인 ‘무릉’이라는 이름은 동해의 자랑이자 자연의 상징으로, 참가자들에게는 “청정한 도시에서 깨끗한 경기로 승부한다”는 상징적 의미를 더했다.
대회 운영진들은 “동해의 푸른 바다와 무릉계곡의 맑은 기운이 선수들의 집중력과 평정심에 좋은 영향을 준 것 같다”고 전했다.

올해 대회가 끝나자마자 벌써 내년 대회를 기다리는 목소리가 높다. 각 지역의 동호인들은 “내년에는 우리도 꼭 참가하겠다”며 일정을 확인하고, 일부는 벌써 팀 단위로 연습 계획을 세우고 있다.
SNS에서도 ‘#동해무릉배’, ‘#쓰리쿠션열전’, ‘#당구는열정’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경기 사진, 하이라이트 영상이 빠르게 공유되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대회는 당구가 단순한 취미를 넘어 ‘생활 속 스포츠이자 인생의 일부’로 자리 잡고 있음을 증명했다.
각자의 일상 속에서도 꾸준히 연습하고, 주말마다 동호회에 모여 실력을 갈고닦은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노력을 인정하고 응원하는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
결국, 큐 한 번의 스트로크에는 집중력, 수학적 감각, 심리전, 그리고 인간의 열정이 담겨 있다. 이번 동해무릉배는 그러한 당구의 본질을 가장 잘 보여준 대회였다.

이미 2022년 제74회 3C 세계선수권대회 대회를 개최한 바 있는 저력있는 당구도시의 이미지로 인하여 대한민국 당구계의 대표 무대로 성장하고 있는 동해시는 또 다시 ‘동해무릉배 전국 3C 당구대회’를 통해서 이제 단순한 지역 대회를 넘어 동호인들은 서로의 기량을 인정하고, 지역의 경계를 넘어선 ‘대한민국 당구 공동체의 중심도시’의 가능성을 충분하게 보여주었다.
동해의 바다처럼 깊고, 무릉의 계곡처럼 맑은 열정으로 빛난 이번 대회는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을 것이다. 그리고 분명, 내년 이맘때 또다시 큐를 손에 쥐고 이 무대에 서려는 이들이 더욱 많아질 것이다.
(기사 및 사진 제공 – 동해시당구연맹)
[방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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