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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2때 “당구 배울래요”→포켓볼서 3쿠션으로 전향→亞3쿠션 은메달… ‘04년생’ 박정현 “당구는 내 인생”

 

 

[편집자주] 신선한 뉴페이스들의 등장은 스포츠의 재미를 배가시켜 주곤 한다. 이에 큐스포츠뉴스가 향후 활약이 기대되는 당구계 기대주들을 발굴, 조명하는 ‘내일의 스타’ 코너를 마련했다. 나이 불문, 이제 막 꽃을 피우려는 그들의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이번 주인공은 ‘제12회 아시아캐롬선수권’ 은메달리스트 박정현이다.

 

“당구요? 제가 스스로 택한 종목이자, 제 인생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죠. 그만큼 집착이 강해요. 특히 성적에 대한 집착이 강했는데, 올해는 그보다는 제 공에 더 집중하려고 합니다.”

현 국내여자3쿠션 랭킹 3위 박정현(전남당구연맹). 올해로 선수데뷔 7년 차다. 중2때 부모님에게 “당구 배우겠다”고 선언한 뒤 쭉 이어진 박정현의 당구인생은 포켓볼→캐롬으로 종목 전환이란 큰 변곡점에도 불구, 국내외 대회 시상대에 오르며 성공적인 행보를 보인다.

박정현은 최근 강원도 양구에서 치러진 ‘제12회 아시아캐롬선수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개인통산 첫 국제대회 우승을 놓친 그는 “너무나도 아쉽다”고 했다. 그러나 “작년보다 더 단단해진 멘탈을 실전에서 확인할 수 있어 기뻤다”는 소감도 전했다.

 

‘제12회 아시아캐롬선수권’ 여자3쿠션 종목 준우승자 박정현이 시상식 이후 은메달을 들어 보이며 기념촬영 하고 있다.

 

이어 포부도 밝혔다. 전국대회 우승횟수를 연내에 ‘2회’에서 ‘3회’로 늘리고 싶다는 것.

그러나 만약 그 목표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박정현은 “내가 연습해온 당구를 매 샷마다 펼쳐낼 수 있다면 크게 실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성적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 항상 화를 풀러왔기에 마음을 비우고 내 공에만 집중하려 한다”는 그다.

인터뷰 말미에는 그의 당구스승인 김가영(포켓볼) 김병호(3쿠션), 존경하는 선배인 서서아 등을 언급하며 “실력과 정신력 부족한 저를 다잡아주신 분들”이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제12회 아시아캐롬선수권’ 경기 중 대기석에서 다음 공격기회를 기다리고 있는 박정현.

 

▲얼마전 아시아캐롬선수권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작년 동메달을 넘어섰지만, 우승을 놓쳐 많이 아쉬웠을 텐데.

=너무나도 아쉬웠다. 결승전 중반 이후 (김)하은이가 점수를 차곡차곡 쌓는 동안 저는 기본 배치에서 실수가 이어지자 초초해져 심리적으로 말려버렸다. 자신감도 떨어지더라. 그 경기를 통해 제가 아직 많이 부족하단 걸 재차 느꼈다.

 

▲아시아캐롬선수권과 함께 치러진 국토정중앙배에선 공동3위에 올랐다.

=우승하지 못해 아쉽다. 하하. 가장 최근 우승이 작년 5월(태백산배)이다. 그 대회 포함해 전국대회 우승은 2차례 해봤다. 전국대회 첫 정상에 오른 대회 또한 태백산배(22년 10월)다.

 

▲양구대회를 치르며 자신의 성장한 멘탈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그렇다. 양구대회에 앞서 평정심을 유지하는 방법을 알게 찾아냈고 이를 대회 때 적용해 나쁘지 않은 결과를 얻었다.

 

▲평정심 유지법을 알려준다면.

=어드레스 전에 머릿속으로 두께와 회전값을 계산하고 그것이 성공하는 그림까지 그려보는 것이다. 이 과정이 꽤 복잡한데, 그러면 잡생각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어 멘탈을 유지할 수 있더라.

이는 멘탈이 약해 고생하던 제가 책에서 얻은 교훈을 통해 마련한 자구책이다. 내 생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고, 관중·상대·실수 등 통제 불가능한 건 버리는 ‘생각중재법’ 내용에서 착안한 방법이다.

 

▲양구대회 이후 어떻게 지내고 있나.

=평소처럼 집(인천 영종도)에서 연습장(서울 합정)을 오가며 훈련 중이다. 오후 2시에 클럽에 가 자정께 막차 타고 귀가한다. 그 직후 집 근처 웨이트 클럽으로 가 2시간 가량 근력 및 유산소 운동을 실시한다. 6개월 전부터 이런 패턴으로 생활하고 있다.

특이사항이라면, 최근 허리 치료 등에 전념하고 있다. 요즘들어 허리만 숙이면 통증이 느껴져 고생했다. 양구에서는 진통제로 버티며 경기에 나섰다.

 

▲운동의 효과는.

=근력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병행하는데, 체력과 집중력이 올라갔다. 특히, 경기 막판 끈기가 더 좋아진 것 같아 만족스럽다. (운동은 누가 권유했나?) 시켜서 한 게 아니다. 부족한 체력 때문에 그르치는 경기가 많아 제 스스로 선택한 것이다.

 

우승자인 김하은의 우승자 인터뷰 가운데, ‘제12회 아시아캐롬선수권’ 2위~공동3위 선수들이 기념촬영하며 입상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왼쪽부터 공동3위 허채원, 준우승 박정현, 공동3위 최봄이.

 

▲스스로 자신의 돌파구를 찾은 것처럼, 당구도 스스로 선택해 선수의 길을 걷고 있다고.

=중3 전까지 부모님이 저와 언니(2살 차)를 데리고 부산 강릉 춘천 등 여행을 자주 데리고 다니셨다. 가족여행에 참 신나고 즐거웠는데, 알고 보니 부모님이 제 꿈을 위해 견문을 넓혀주시려던 큰 뜻이 담긴 여행 길이었더라.

그 연장선에서 기타 등 악기를 만져보다가 아버지와 함께 동네 당구장에 들렸는데, 그 자리에서 당구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곧바로 부모님께 “(당구)배우고 싶다”고 청했고, 그 클럽 사장님을 선생님 삼아 당구를 시작하게 됐다. 종목은 현재 전문분야인 캐롬이 아닌 포켓볼이었다.

 

▲김가영 선수가 선생님이었다고 하던데.

=동네 클럽 사장님이 김가영포켓볼아카데미(당시 서울 둔촌동서 운영)를 소개시켜줘 그리로 가 바로 등록(19년 1월)했다. 그해 3월엔 인천당구연맹 소속 선수로 정식 등록하기도 했다. 당시 (김가영포켓볼)아카데미에는 포켓볼 톱랭커 언니 오빠들이 즐비했고, 제게 참 많은 것들을 알려주셨다. 지금도 감사하다.

그때 인연을 맺은 (서)서아 언니와는 지금도 연락하며 친하게 지낸다. 힘들때마다 저를 다독여주는 고마운 선배이자 언니다. 아시아캐롬선수권 결승전에서 진 후에 언니가 위로와 격려가 담긴 장문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줬다. 그걸 보며 혼자 코끝이 찡해졌다. 참 고마웠다.

 

▲그러다 캐롬으로 종목을 전환한 이유는.

=2019년부터 코로나19 때문에 포켓볼 대회가 거의 다 중단됐다. 답답한 마음에 아카데미에서 김가영 선배님 아버님께 4구와 이어 3쿠션까지 배워 1년만에 대대 25점을 채웠다. 그 길로 전국대회 3쿠션 선수로 출전했다. 그게 고2때다.

그 대회에서 (최)봄이, (박)세정이를 처음 봤다. 눈에 불꽃을 튀기며 경쟁하던 사이를 거쳐 지금은 친한 친구가 됐다. 경기가 없을 때도 자주 연락하고, 대회장에도 함께 가는 사이다.

 

▲캐롬선수가 된 이후로 쭉 김병호 선수에게 공을 배우고 있다고.

=2년 넘게 김병호 프로님께 공을 배우고 있다. 김가영 프로님의 소개로 맺어진 사제의 연이다. 무서운 선생님이시다. 하하. 그러나 쓴소리가 다 저를 위한 것임을 잘 알고 있다.

 

▲주변인들을 언급하며 “고맙다”는 표현을 많이 한다.

=제 주변엔 고마운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그 사실에 감사하다. 하하. 실력도 실력이지만, 소심하던 제 성격도 그분들 덕분에 많이 열리게 됐다.

 

▲작년에 전남당구연맹으로 이적했는데.

=2023 전국체육대회(여자3쿠션 이벤트경기)를 앞두고 전남연맹에서 연락이 와 이적하게 됐다. 가장 좋아하는 언니인 (서)서아 언니가 있던 곳이라 편한 마음으로 이적할 수 있었다.

 

 

“고마운 분들이 참 많아요.” 자신의 당구인생을 설명한 박정현은 등장인물이 바뀔 때마다 “감사한 분(사람)”이란 말을 빼놓지 않고 덧붙였다. 그런 이들이 있어 지금의 당구선수 박정현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 한다.

 

▲고마운 이들에 대한 질문으로 돌아가서, 가장 감사한 건 부모님이라고.

=그렇다. 앞서 말한대로 제가 당구선수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신 분들이자, 저의 가장 든든한 응원군인 분들이다.

지난 22년 10월, 전국대회 첫 우승을 아버지와 함께 한 기억이 있다. 당시 제 4강진출이 확정되자 아버지가 그날 바로 영종도에서 태백으로 달려오셨다. 요즘은 경기장에 못 오시게 한다. 부담돼서다. 하하.

가족 얘기를 더 하자면, 할머니 할아버지께서는 매 경기마다 장문의 문자로 저를 응원해주신다. “우리 공주, 열심히 했고 잘했어” 하신다. 아울러, 3년 가까이 큐를 후원해주시는 구민수(모글레이 공동대표) 프로님께도 감사드린다.

 

▲마지막 질문이다. 박정현에게 당구란?

=인생 그 자체라고 할 수 있겠다. 제가 선택한 종목이고, 그것이 제 인생을 다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당구선수가 된 후 힘든 적도 많다. 솔직히 후회해본 적도 꽤 있다. 그러나 곧 큐를 잡는다. 지난해까지 저는 성적에 대한 집착이 강했다. 즉, 욕심이 컸다. 올해부턴 각오를 새로 다지려고 한다. 성적보다는 매 경기마다 제가 연습했던 걸 공 하나하나에 쏟아내는 데 집중하려고 한다. 이 점이 지난해에 비해 가장 많이 달라진 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올 시즌이 참 기대된다.

 

[이상연 기자/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

기사제보=sunbisa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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