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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선수 꿈 접고 당구에 꽂힌 초6… ‘새벽 큐’든 소년, 3개월 만에 ‘전국 은메달’

올해 4월 본격적으로 당구를 시작한 초등학교 6학년, 이수형 군이 큐를 본격적으로 들고 3개월조차 안 된 시점에서 출전한 ‘2025 남원 전국당구선수권대회’ 초등부 캐롬1쿠션서 덜컥, 은메달을 목에 거는 이변을 연출했다.

 

 

올 4월 큐 잡은, 이수형 군

2025 남원 전국당구선수권대회

캐롬1쿠션 은메달

 

‘2025년 남원 전국당구선수권대회’. 수많은 유망주들이 큐를 들고 나선 이 대회에서, 입문 3개월 차의 초등학생이 단숨에 은메달을 거머쥐는 이변이 일어났다.

주인공은 인천 부평구 ‘카포당구클럽’에서 연습 중인 초등학교 6학년 이수형 군(2013년 5월생). 지난 4월 인천당구연맹에 선수 등록을 마치고 본격적인 당구에 입문한 그는, 첫 전국대회 출전에서 캐롬 1쿠션 초등부 2위를 기록하며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

이수형 군은 원래 축구선수의 꿈을 키우던 아이였다. 4학년 때인 2023년 7월부터 약 1년 반 동안 부평구청 유소년 축구단에서 활약했으나,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가족과 진로를 고민한 끝에 당구로 방향을 틀었다. 큐를 본격적으로 잡은 건 올해 봄, 불과 몇 달 전이었다.

 

아버지가 운영하는 당구장에서 연습중인 이수형 군.

 

그 전까지는 아버지를 따라 당구장에 드나들며 몇 번 큐를 쥐어본 정도였다. 선수로서의 본격적인 훈련은 이제 막 시작된 셈이다. 그러나 그는 누구보다 꾸준하고 치열하게 연습을 이어가고 있다.

“등교 전에, 혼자 당구장(아버지가 운영)서 공 한참 치고는 학교에 가요.” 이수형 군의 어머니 이세영 씨는 이렇게 전했다.

이 군은 당구장 열쇠를 항상 지니고 다닌다. 새벽이면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가 큐를 잡은 뒤, 다시 문을 잠그고 등교한다. 수업이 끝나면 다시 당구장으로 향한다. 하루 몇 시간씩 공을 치는 아들의 모습에, 오히려 부모가 훈련을 말릴 정도다.

 

전국대회 은메달을 목에 건 아들과 시상식서 기념촬영 중인 아버지(이상환 선수).

 

그의 아버지 이상환 씨는 인천당구연맹 소속의 현역 선수이자, 코로나 시기부터 전업으로 당구에 뛰어든 인물이다. 현재 백운역 인근에서 카포당구클럽을 운영 중이며, 이번 대회에도 부자가 함께 출전했다.

아버지는 자신의 연습을 줄이면서 아들의 훈련을 지도했고, 아들은 그런 아버지의 헌신을 알기에 그의 경기 중 “포기하지 마”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번 대회에서 이 군의 목표는 ‘참가에 의의’였다. 그러나 결과는 은메달. 그 바탕에는 축구 시절 갈고닦은 지구력과 반복 훈련에 익숙한 습관이 있었다. 아버지로부터 기본기 위주의 훈련을 집중적으로 받은 그는, 1쿠션 경기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축구선수 시절 이 군의 모습.

 

결승전에서 패하긴 했지만, 정작 이 군이 눈물을 흘린 건 패배 자체가 아니라 ‘쉬운 공’을 놓쳤던 실수 때문이었다. 승부보다 완성도에 더 민감했던 순간이었다.

이제 이 군은 다음 무대를 준비 중이다. 오는 8월 안동에서 열리는 ‘하회탈배’ 대회에는 아버지와 함께 복식전에 출전할 예정이다. 중등부 진입 이후에는 성인부 개인전에도 나설 계획이다.

 

이수형 군과 가족들이 함께 담긴 사진.

 

“뭔가에 꽂히면 몰입하는 아이예요.”

부모는 그렇게 아들을 말한다. 축구 시절에도 새벽운동을 자청했던 아이. 그 열정은 당구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지금은 가족이 그의 선택을 조용히 지켜보며 응원하고 있다.

 

[이상연 기자 / 큐스포츠뉴스 취재부장]

기사제보=sunbisa4@naver.com

자료제공=이수형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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