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서울시청 직장운동부 소속이었는데, 예산문제로 방출됐어요. 하지만 현재 소속이 3곳입니다”
기자는 최근 활성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장애인 당구선수를 조명하기 위해 김준모 대한장애인당구협회 심판위원장의 추천으로 성남시체육회 소속 이영호 선수를 인터뷰했다.
춘천시장배 전국장애인당구대회장인 호반체육관에서 만난 이영호 선수는 기자의 기억 속에 또렷이 남아있었다. 그는 15년 전 기자가 생활체육 당구대회를 취재할 당시 수백명의 일반 동호인들과 겨뤄서 당당히 입상하던 모습이 생생한 장애인 동호인이었다.
그 당시 생활체육 국제식3쿠션대회는 전국의 최고수들이 거의 출전할뿐더러 지금처럼 핸디를 적용하지도 않는 대회였는데, 이영호 선수는 준우승 1번 공동3위 1번을 기록했었다. 15년 만에 다시 만난 이영호 선수는 세월의 흔적을 피해 갈 수 없지만 여전히 미남이고 장애인당구선수의 자부심이 대단했다.
미처 몰랐지만, 이영호 선수를 통해서 들은 장애인당구대회는 전문선수대회와 동호인대회로 명확하게 구분해서 치러지고 있었다. 이번 취재현장인 ‘제4회 춘천시장배 전국장애인당구대회’는 전문선수들만 출전하는 대회이고, 당연한 얘기지만 전문선수와 동호인은 ‘오픈 대회’로 치러지는 대회 외에는 같은 대회에 출전할 수 없다.
장애인 전문선수들은 각각 시도체육회에 소속되어 경비를 지원받아 대회에 출전한다. 비장애인들에 비해 마땅한 직업을 갖기 어려운 실정이라 체육회의 지원이 없으면 대회에 출전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이영호 선수는 성남시체육회 소속으로, 전국장애인체전에는 경기도체육회 소속으로 출전하고 있다.
이영호 선수는 “체육회 외에 일반 기업체에서도 급여를 받고 있는데, 장애인고용촉진법에 의거해서 고용 회사에 혜택을 많이 주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지원받고 있습니다. 성남시 소재 자동차 부품회사인 유라주식회사에 소속되어 후원선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까지 서울시청 직장운동부 소속으로 4,000만원 가량의 연봉을 받기도 했지만, 예산 문제로 장애인 운동부가 해체됐는데, 지금은 성남시체육회에 정착해서 활동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15년 전 기억을 되살려 과거 이영호 선수가 운영했던 수원 유플러스당구클럽 시절에 대해 물어봤다. 이영호 선수는 “당시 전국에서 손꼽히는 대형당구클럽이었던 유플러스당구클럽을 인수해서 운영할 때 황득희 조명우 김준태 등 당시 최고의 선수들과 같은 공간에서 활동하며 당구를 배웠더니 실력이 많이 늘었습니다. 그 덕분에 지금까지 선수생활을 하고 있지요.”라고 과거를 회상한다.
당시에도 대대수지 32점의 고수였던 이영호 선수는 “그 당시보다 당구를 못치는 거 같아요”라며 웃는다.
이영호 선수는 25년 전을 회상한다. “2001년 교통사고로 다리를 절단한 이후 4년간 병원 생활을 하며 별생각이 다 들었어요. 엄청난 좌절 속에 빠져 있다가 퇴원 후 삼육재활원에서 마음을 추스르다가 어느 순간 ‘산사람은 살아야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어요”
1998년 결혼해서 슬하에 딸을 두고 있던 그는 정신이 번쩍 들며 세상 밖으로 나왔다.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던 그는 휠체어를 타고 할 수 있는 운동을 전부 접해봤다. 그러던 어느 날 재활 치료 목적으로 시작한 수영을 하고 있는데, 88장애인올림픽 메달리스트 출신이던 재활센터장의 눈에 들었다.
“자네 수영 한번 제대로 해볼 생각 없나?”
이말 한마디에 이영호 선수의 인생이 달라졌다. 센터장의 코치를 받은 지 3달 만에 전국장애인체전에 출전했다. 이후 연습을 거듭하여 최고의 엘리트 수영 선수로 날리던 그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젊은 후배한테 밀리기 시작했다.
“2011년 장애인전국체전에 당구가 시범종목으로 채택됐다는 소식을 듣고 주저 없이 당구선수로 전향했어요. 당구는 자신이 있었고, 나이가 많아도 선수 생활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몸을 다치기 전에 4구 400~500점을 쳤어요”
그때와 달리 지금은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는 장애인이다. 부인이 연습할 수 있는 당구장을 알아봐 주며 적극 지원에 나섰고, 친구들도 훈련에 도움을 주었다.
원래 180CM의 신장에 팔길이가 길어서 다른 장애인들보다 자세를 만들기가 수월하기도 했지만, 워낙 운동에 소질이 있는 터라 예전의 당구기량을 회복하며 각종 장애인당구대회장을 누볐다. 이제 이영호 선수는 장애인당구선수 중 가장 많은 입상을 거둔 선수로 기록되고 있다.
“성남시체육회 소속 양정일 선수와 형제처럼 믿고 의지해요”
이영호 선수에게는 가족처럼 소중한 사람들이 성남시체육회 소속 선수들이다. 그중 양정일 선수와는 형제처럼 지내며 선수생활을 같이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복식전과 단체전에 같이 출전하는 손영훈 선수, 그리고 김경중 선수는 가족과 다름 없는 인연을 맺고 있다. 특히 손영훈 선수의 부인 고현애 감독(?)과 양정일 선수의 부인 이종애씨는 어느 코치보다도 자상하게 성남시체육회 선수들을 뒷바라지하며 자원봉사자로 나서고 있다.
이영훈 선수는 “같은 소속팀 선수들과 그의 가족들이 바로 내 가족이에요. 그리고 정말 고마운 분은 성남시장애인당구협회 박기범 회장님이에요. 장애인단체를 맡아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으시는 분으로 선수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에게 당구큐를 비롯한 모든 경기용품을 세심하게 지원해주시는 유니버셜코리아의 박석준 대표님께도 꼭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라고 고마운 분들을 몇 번이나 언급했다.
“저를 보고 다른 장애인들이 용기를 얻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세상을 살다 보면 많은 장애물을 만난다.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안고 태어나기도 하지만, 누구라도 우연한 사고로 신체가 불편해지는 장애인이 될 수도 있다. 누구는 좌절하며 세상 밖으로 나오기를 거부하지만, 대부분은 장애를 이겨내기 위해 무진 노력을 하고 있다.
당구는 장애인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종목 중 하나다. 많은 근력이 필요하지 않고 공의 궤적을 설계를 해야 하기 때문에 두뇌회전에도 좋은 운동이다. 요즘은 여성장애인들도 당구를 통해 세상 밖으로 나와 활기찬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영호 선수는 “저에게 맡는 일을 찾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저를 보고 다른 장애인들이 용기를 얻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라고 인터뷰를 마치고 경기장으로 들어갔다.
[방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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