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장애인당구대회가 봇물을 이루면서 휠체어 선수들이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다.
장애인들은 신체적 제약 때문에 제대로 된 직업을 갖기 힘든 현실이다. 장애인들은 당구선수가 직업으로 자리매김했으면 하는 바람이 크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장애인들의 전국체전 격인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 당구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어 있기 때문에 최근 지역 장애인체육회에서도 전문선수를 스카웃하기 시작했다.
이는 국가와 지자체의 지원 여부에 따라 장애인당구선수가 어엿한 직업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본다.
큐스포츠는 대표적인 장애인전문선수인 노이조 선수(울산시장애인당구협회)를 만나 장애인당구선수의 삶과 미래, 그리고 희망을 집중 조명했다.
노이조 선수는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2012년~2014년 연속 3년 금메달 획득을 비롯하여 총 6개의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외에도 굵직한 전국장애인당구대회에서 수십 회의 입상경력을 자랑한다.
전국장애인당구대회가 한창인 진천종합스포츠타운 다목적체육관에서 만난 노이조 선수는 울산광역시 소재 자동차부품회사 (주)동희산업에서 지원금을 받으며 선수생활을 하고 있다.
15년차 장애인당구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노이조 선수에 따르면 “(주)동희산업은 큐모가 꽤 큰 자동차부품회사인데, 저뿐만 아니라 여러 명의 장애인당구선수를 후원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받는 혜택이 상당하기 때문인데, 이런 제도적인 뒷받침은 장애인선수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노이조 선수는 “동기야 어떻든 이들 후원업체들은 장애인들에게 한줄기 빛과 다름없는 고마운 존재입니다.”라고 정부의 장애인복지정책이 확대되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노이조 선수는 “장애인체육 시스템도 일반 체육시스템과 거의 동일합니다. 금메달을 획득하게 되면 포상금을 받을 수 있고, 체육회 소속 우수선수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열악한 수준이죠.”라고 설명한다.
1968년생인 노이조 선수는 28세 꽃다운 나이에 척수 장애를 얻었다. 제대 후 택시를 운전했던 노이조는 장거리 손님을 부산에 내려주고 돌아오는 길에 택시가 50M 낭떠러지 아래로 굴러떨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사고 택시 안에서 탈출하는 와중에 하반신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늦은 밤이었고 워낙 낭떠러지 밑이었기 때문에 노이조 선수는 한동안 방치되었다.
본능처럼 이슬을 먹고 풀을 뜯어 먹으며 실신 상태였던 노이조 선수는 무려 일주일이 지난 후 또다시 같은 장소에서 화물차 사고가 나면서 낭떠러지 밑에서 기적적으로 구조되었다.
당구는 저에게 한줄기 빛으로 다가왔어요.
2년간 병원생활 후 재활치료의 일환으로 휠체어테니스를 시작했던 노이조 선수는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 당구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자 당구선수로 전향했다.
이때 노이조 선수는 “당구가 저에게 한줄기 빛으로 다가왔어요.”라고 한다. 군 입대 전까지 4구 500점 실력을 보유했던 고수였기 때문이다.
예전의 실력을 회복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지만 노이조 선수는 2012년부터 전국대회 입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전국에 명성을 떨치기 시작했고 오늘에 이르렀다.

노이조 선수는 “아직 장애인 당구선수가 직업이 되지는 못합니다. 시도장애인체육회에서 꽤 높은 연봉을 받는 선수도 있지만 극소수입니다. 저같은 경우에는 (주)동희산업에서 후원받고 있지만 직업이라고 하기에는 민망할 정도입니다.”라고 설명한다.
노이조 선수는 2008년부터 척수장애인협회 경주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는 운이 좋은 편이에요. 재활치료 후 PC방 운영과 비누공장 사업 등을 하면서 돈도 조금 모았어요. 그래서 척수장애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위해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라고 밝힌다.
노이조 선수는 “당구가 패럴림픽에 채택될 수 있도록 국가에서 적극 노력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날이 오면 저도 태극마크를 달고 싶지만 후배들한테 양보해야지요.”라고 희망을 피력하며 웃는다.
마지막으로 “직업을 묻는 질문에 당구선수라고 자신있게 말하고 싶습니다.”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한편, 노이조 선수는 이번 ‘제10회 충북도지사배 전국장애인당구대회’ 휠체어 2등급 부문에서 우승하면서 자신의 입상기록에 또 하나의 금메달을 추가했다.
[방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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