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리쿠션만 당구인가? 포켓볼의 반격이 시작됐다. ‘구승미의 신나는 포켓볼교실’, ‘2025 에잇볼 왕중왕전 토너먼트’ 개최

 

구승미 강사의 노력, 후원사의 협찬이 뜻깊은 행사로..

대한민국 당구 문화가 쓰리쿠션 중심으로 굳어진 가운데, 포켓볼 저변 확대를 위한 당구 대회가 2025년 12월 17일 수요일 일산 자이언트 당구클럽에서 개최됐다.

이름하여 ‘2025 에잇볼 왕중왕전 토너먼트’.

‘구승미의 신나는 포켓볼교실’이 주최한 이번 대회는 포켓볼 강사 구승미 씨 개인의 노력에 더해 KGC인삼공사와 정관장, (사)한국다문화복지협회 등 다양한 후원사의 협찬이 이어지며, 예년보다 한층 뜻깊은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이 같은 대회의 중심에는 이번 대회를 직접 준비하고 기획한 구승미 강사가 있었다. 구 강사와 대회에 참가한 수강생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포켓볼 인스트럭터 구승미 강사, “포켓볼이 소외된 대한민국 당구문화가 늘 아쉬웠습니다”

포켓볼 대중화를 위해 힘써온 당구 인스트럭터 구승미 강사는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포켓볼 수준별 맞춤 강좌를 문화센터에서 십여 년째 운영하고 있다. 연말이 되면 그녀의 행보는 더욱 분주해진다. 포켓볼 저변 확대 활동의 일환으로 수강생들이 직접 경쟁 무대에 서는 참여형 토너먼트를 기획하기 때문이다. 이에 구 강사는 “작년엔 연말에만 바빴지만, 올해부턴 수강생들에게 포켓볼의 재미를 더 전하고 싶어 여름에도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구승미 포켓볼 강사는 이번 대회 기획과 운영을 총괄했다.

 

실제로 코로나 팬데믹 종료 이후 대회 출전자 수는 재작년 21명에서 해마다 증가해 현재는 32명을 선발해 토너먼트를 치를 수 있을 만큼 규모가 커졌다. 특히 올여름 처음 개최한 ‘애니콜 토너먼트’ 역시 32명이 출전해 32강 일정이 성황리에 진행됐다. 포켓볼에 대한 수강생들의 관심이 실제 참여로 이어진 결과다. 다만 구 강사는 여전히 포켓볼이 쓰리쿠션 중심으로 굳어진 대한민국 당구문화 속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다는 점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녀는 “포켓볼도 충분히 대중적이고 매력적인 종목”이라며, 앞으로도 1년에 두 차례 포켓볼의 다양한 종목을 선정해 대회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강생 김강래, “포켓볼은 사람을 참 겸손하게 만든다”

이번 대회는 연수반 A·B·C와 레벨3 반 등 총 4개 반에서 각 8명씩 대표를 선발해, 32명이 출전하는 32강 토너먼트 형식으로 치러졌다. 직전 대회 우승자인 김강래 수강생은 이번 대회에서도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으나, 8강전에서 유이한 또 다른 남성 수강생 신상준에게 패하며 고배를 마셨다. 김강래 수강생은 경기 후 결과에 승복하며 “스포츠 토토였다면 제 우승 배당률이 가장 낮았을 것”이라며, “포켓볼이 사람을 참 겸손하게 만든다”고 소감을 전했다.

 

수강생 김강래. 그는 준결승 경기부터 심판을 맡아 경기의 긴장감과 완성도를 높였다.

 

현재 대한당구연맹과 대한장애인당구협회에서 심판으로 활동 중인 김강래 수강생은 대학 시절부터 약 20년간 4구와 3쿠션만을 즐겨 쳤다. 그런 그가 포켓볼을 취미로 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묻자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김강래 수강생은 “당구는 남녀노소, 어디서든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소통의 도구라고 생각한다”며 “코로나 팬데믹 이전 유튜브 채널(혁강TV)을 운영하며 30여 개국을 여행했는데, 현지에서 당구를 치려다 보니 대부분 포켓볼 테이블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3쿠션 경험이 있어 포켓볼도 어느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막상 접해보니 전혀 쉽지 않았다”며, “그때의 좌절이 오히려 포켓볼의 매력에 빠지게 된 계기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콜롬비아, 터키, 그리스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나라에서 포켓볼이 대세였다”며 해외 경험담도 함께 전했다.

 

대회 최종 우승자 수강생 이진희, “준우승의 아쉬움, 이번엔 우승으로 설욕했다”

이번 대회 최종 우승자 이진희 수강생은 지난해 열린 ‘2024 그랜드배 에잇볼 포켓볼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이미 실력을 입증한 바 있다.

수강생 이진희는 지난해 준우승의 아쉬움을 우승으로 털어냈다.

 

그런 그녀가 이번 대회에서는 정상에 오르며 당시의 아쉬움을 말끔히 설욕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부터 오랜 기간 동안 구 강사에게 포켓볼 수업을 꾸준히 받아온 그녀는 “그간의 노고가 오늘의 결실로 이어진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며 우승 트로피를 안고 감격에 겨운 소감을 전했다.

왼쪽부터 준우승 이송미, 공동3위 정경희, 구승미 강사, 공동3위 신상준

 

수학을 가르쳤던 강사의 경험이 당구에도 도움이 됐느냐는 질문에는 “공의 궤적과 각도를 이해하는 데 삼각비나 벡터 같은 개념이 떠오르긴 한다”면서도 “실제 경기에서는 그런 이론을 대입하기보다, 결국 감각과 반복 훈련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며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아울러 척추측만증을 앓고 있는 그녀는 “다른 운동은 척추에 부담이 가 오래 즐기기 어려웠지만, 포켓볼은 무리 없이 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포켓볼을 즐기고 싶다”고 밝혔다.

 

항상 즐거운 뒤풀이에서 포켓볼 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우는 수강생들

 

포켓볼이 만든 소통의 장… 대회는 끝났지만 열기는 계속

포켓볼과 함께한 대회 현장은 겨울 추위를 잊게 할 만큼 따뜻했다. 김강래 수강생의 말처럼 포켓볼은 세대와 성별의 경계를 허물며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연결했다. 대회가 끝난 뒤에도 참가자들 사이의 화합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뒤풀이 자리까지 이어진 화합 속에서 이날의 여운은 오래도록 남아 있었다.

공동5위 입상자들

 

[방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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